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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려면 가져야 하는 한 가지 능력

Photo by Greg Rakozy on Unsplash

 

레퍼런스가 탄탄한 책을 좋아하다 보니 책을 통해 기이한 실험들을 많이 본다. 가끔 뭐 이런 실험이 다 있나 싶은데, 그럴수록 놀라운 사실을 밝혀낸다. 그때마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실험정신에 놀라곤 한다.

 

최근에 뚱뚱한 쥐의 똥을 마른 쥐에게 먹였더니, 마른 쥐가 뚱뚱해졌다는 실험을 봤다. 당혹스러운 실험과 더 당혹스러운 결과였다. 변에 있는 장내 미생물이 개체의 체질과 건강을 바꿀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을 밝혀낸 실험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런 원리를 사람에게 응용한 치료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변 이식'이다. 변 이식은 건강하지 못한 사람의 장을 비우고, 건강한 사람의 변을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나는 경악스러운 나머지 바로 검색을 해봤는데, 실제 국내에도 존재하는 치료법이었다. 다양한 질병에 큰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한다.

 

치료 효과 여부를 떠나 직관적 역풍을 이겨내고 치료법까지 만든 연구자들에게 경이감이 들었다. 친구는 자신은 탈모를 치료할 수 있대도 변이식은 받기 싫다고 한다. 그만큼 일반적인 직관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다. 대부분 이 정도 거부감이 들면, 이런 발상을 하더라도 쉽게 실험에 도전하지 못한다.

 

이런 직관적 불편함을 이겨내는 실험 정신이야말로 진보의 근본이 아닌가 싶다. 결국 해보지 않으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모른다. 장 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기만 하는 것과, 쥐에게 똥을 먹여보고 변이식 치료법까지 개발한 것은 차원이 다르다. 실험 정신만이 미지를 탐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