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린 아기는 인지적 한계를 넘지 못한다. 아기는 인형의 앞면만 보는 상태로, 인형의 뒤에 있는 사람의 시야를 상상하지 못한다고 한다. 아기는 끝내 그 사람이 보는 장면은 인형의 뒤통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어른이 되어서도 남아있다. 물론 성인이라면 인형의 뒤통수쯤은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일부 장면만 극대화하여 받아들인다. 그래서 자신의 기여도는 확대해석하고, 상대방의 기여도는 축소해석하는 현상인 '가용성 편향'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남편은 자신이 50프로 '이상' 가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측정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부인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기여도를 50프로 이상으로 측정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50프로 이상이면 상대방은 50프로보다 낮을 걸 뻔히 안다. 그럼에도 둘 다 50프로 이상으로 책정하는 것이다. 결국 부부의 합산 기여도는 언제나 100프로를 넘는다고 한다.
자신의 기여도에 있어서 겸손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방의 기여도가 자신보다 낮다고 착각하는 사람은 팀원들에게 쉽게 상처를 준다. 쉽사리 자신은 자신의 몫을 다했다며 선을 긋기도 한다. 아기처럼 인지적 한계를 넘지 못하는 것이다. 진정한 어른은 이런 편향을 인지하고 겸손을 통해 중화시킨다. 겸손이 팀워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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