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간관계 철학에 큰 영향을 미친 책 중에 애덤 그랜트의 '기브앤 테이크'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는 사람을 기버(giver) 테이커(taker) 메처(matcher)로 세 가지 타입으로 분류한다. 기버는 상대방에게 베풂으로서 만족을 느끼고, 테이커는 빼았음으로써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다. 메처는 받은 만큼 주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부류이다. 책은 결론적으로 기버 중에서도 '똑똑한 기버'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이유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사회과학적으로 풀어낸다.
나는 기브앤 테이크를 군대에서 인상 깊게 읽고 바로 나의 삶에 적용해 보았다. 바로 대원들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절대로 소통을 하지 않던 중대장과 협상을 한 것이다. 책에서 '똑똑한 기버'가 협상하는 방법에 관해서 소개가 되는데, 협상하는 방법의 핵심은 ‘타인을 위해서 협상하는 것’이다.
당시 나는 군대 취사반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취사반에게는 따로 정비시간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은 정비 날에도 밥을 먹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하여 취사특별외박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중대장은 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취사반에게는 특별정비시간을 확보해 주지 않았다. 당시 취사반의 과도한 업무량으로 허리와 무릎을 다쳐 병원을 오가는 사람이 이미 여럿이었는데도 중대장은 면담 신청 자체를 번번이 거절하였다.
나는 당시에 소위 '짬장'이었고 이에 대해 협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기브앤 테이크를 읽었으니 써먹으면서 지식을 체화시키기도 딱 좋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행정소대장을 먼저 설득하여 중대장과 면담 신청을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나는 결국 행정소대장을 설득하여 중대장과의 면담을 하였고, 중대장까지 설득과 협상을 통해서 취사특별외박을 받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나의 핵심 전략은 이러했다. "나는 특별휴가를 가지 않을 테니, 지금 취사반 후임들과 앞으로 새로 들어올 대원들에게 특별 휴가를 줘라."며 진정으로 후임들을 위한다는 점을 어필한 것이다. 본인을 위한 협상이 아닌, 타인을 위한 협상의 힘은 강력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협상을 통해 중대장에게 최초로 대항한 대원으로 미운털이 박혔지만, 당시 있었던 후임들은 물론 차후 들어올 취사반들도 받을 수 있는 '취사특별외박'이라는 혜택을 만들어 냈다.
위의 일화에서 '결국 본인은 손해만 본거 아닌가?'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기버(giver)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결코 손해가 아니다. '기브앤 테이크'는 협상법뿐만 아닌 인간관계에 관해서 굉장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앞으로도 두고두고 계속 들여다볼 예정이다. 우리의 대부분의 고민거리는 인간관계와 필연적으로 얽혀있는데, 책의 지식을 삶에 적용만 한다면 그런 고민에서 훨씬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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